2020년대 사회학 경향들
2020년대 사회학의 연구 경향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다채롭고, 각 지역의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미국, 유럽, 아시아, 라틴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최근 사회학계에서 주목받는 하위 분야를 정리하고, 특히 계급과 계층에 대한 학문적 논의와 최신 경향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주요 학자와 기관, 그리고 발표된 대표 연구 성과들도 함께 소개한다.

먼저 미국 사회학계는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구조적 불평등 문제를 보다 정교하게 분석하고,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한 공공사회학(public sociology)에 대한 관심을 강화하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인종차별, 경찰 폭력, 경제적 양극화 문제는 단순한 사회 문제를 넘어 학문적 분석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미국사회학회(ASA)는 이러한 변화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여 연례회의에서 ‘해방의 사회학’을 주제로 삼고, 인종, 젠더, 계급 등 교차적 불평등 문제를 다루는 발표를 대폭 확대하였다. 또한 디지털 사회학의 부상도 뚜렷하다. 디지털 기술과 소셜 미디어가 사회적 상호작용과 정보 유통 방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인 사회학적 분석 도구를 넘어 빅데이터, 머신러닝과 같은 새로운 방법론을 수용하고 융합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MIT, 프린스턴, 하버드와 같은 주요 대학의 사회학과는 디지털 사회학 연구소와 연구팀을 조직하여 사회 네트워크 분석, 알고리즘의 사회적 편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정체성 형성과 갈등 구조를 체계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유럽 사회학계는 기후위기, 포퓰리즘의 부상, 이민과 통합 문제 등 거시적 사회 변화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유럽사회학회(ESA)는 최근 포르투에서 개최된 학술대회에서 ‘신뢰와 변혁의 사회학’이라는 주제로 기후위기에 대한 대중의 인식, 기후운동의 사회적 기반, 그리고 포퓰리즘 정당과 유권자 간의 정서적 연결 등을 심도 있게 다루었다. 또한 유럽 내에서 증가하고 있는 극우 정치세력의 등장과 민주주의 제도의 후퇴를 정치사회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프랑스, 독일, 헝가리, 폴란드 등의 사례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정치 불신, 사회적 불안, 이민자에 대한 적대감이 어떻게 결합되어 새로운 사회 균열을 형성하는지를 밝히고자 하는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유럽 사회학자들은 탈식민주의와 포스트식민 이론의 관점에서 기존 유럽 중심적 사회학 이론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며, 이주민과 소수민족의 목소리를 학문 내에서 정당하게 반영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영국의 브리티시 소시오로지컬 어소시에이션(BSA) 산하 학술지에서는 환경사회학, 인종과 젠더의 교차성, 신자유주의 경제 구조 속의 복지국가 변화 등을 주제로 한 특집호를 연달아 발표하며 담론을 선도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사회학은 최근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며 전통과 현대가 충돌하는 다양한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가족 구조의 변화, 출산율 저하, 고령화 사회 진입과 같은 인구구조 변화가 주요한 연구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이 점점 어려워지는 사회 현실에 대한 청년 세대의 인식과 대응을 분석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사회학계는 고도성장기 이후 확대된 사교육 시장, 청년 실업 문제, 그리고 중산층의 불안정성을 중심으로 계층 재생산 구조를 분석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농촌-도시 간 격차, 농민공 문제, 일자리에 대한 청년 세대의 인식 변화 등을 다루며 급격한 사회 변화를 실증적 방법으로 접근하는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 지역은 다양한 종교적·문화적 전통이 혼재해 있기 때문에 종교사회학, 문화사회학, 젠더 연구 등에서 각국 고유의 역사적 맥락과 현대적 갈등 양상을 분석하려는 노력이 중요하게 나타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사회학은 여전히 비판적 전통을 강하게 유지하고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의 연구자들은 신자유주의 정책 이후 사회 불평등이 심화된 양상, 사회운동의 변화, 원주민 공동체의 권리와 정체성 회복을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여성운동과 원주민운동, 청년층의 정치참여 운동 등은 사회학적 연구의 중요한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기존의 종속이론과 탈식민주의적 이론의 현대적 적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사회학자들은 경제적 불평등과 함께 문화적 배제, 정치적 억압, 그리고 주류 지식 생산 체계의 한계를 비판하며, 참여연구, 액션리서치와 같은 실천적 연구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운동과 도시 거버넌스, 불안정 노동과 비공식 경제, 기후위기 대응에서 지역 공동체의 역할 등 다양한 주제가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별 연구 흐름과 함께, 계급과 계층에 대한 사회학적 논의는 다시금 중심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소득 기반 계층 분류를 넘어서 자산의 축적과 세습, 금융 자본과 부동산 소유 구조, 그리고 교육 자본의 세습 구조까지 고려한 다차원적 계급 분석이 시도되고 있다. 영국의 마이크 새비지, 미국의 매튜 데스몬드, 라지 체티 등의 연구자는 각각의 방법론과 이론을 통해 계층 구조의 고착화, 사회적 이동성의 약화, 그리고 불평등의 영속화를 설명하고자 한다. 특히 교차성(intersectionality) 개념을 통해 계급, 인종, 젠더, 이주 지위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계층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려는 시도는 현대 사회학의 중요한 경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질적 연구와 양적 연구가 병행되며, 실험적 방법과 대규모 빅데이터 분석이 함께 활용되는 혼합 연구 방식도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2020년대의 사회학은 각 지역의 특수한 사회 문제를 탐구하는 동시에, 계급과 계층 문제라는 보편적 주제를 재정의하고 이론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사회학이 단순한 학문을 넘어서 사회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실천적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사회학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복잡해지는 세계에서 인간의 삶의 조건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