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첫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느낀 여러가지 감정들

고물상인 2023. 12. 3.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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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출산하기 전까지 누군가의 부모가 된다는 것이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주변에서 수술하는 사람들이 많아 수술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상당히 익숙했다. 그날도 보통 다른 사람들이 수술을 받을때 보호자로써 기다리는 것과 여느 다름이 없었다. 배부분의 병원의 보호자 대기실이 그렇듯 서울이대병원 수술 보호자 대기실에도 TV가 있었고 화면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뉴스가 늘 그렇듯 세상의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침 사기꾼에 대한 심층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앞으로 태어날 딸이 겪게될 무서운 상황에 대해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이런 험한 세상에서 내 딸이 어떻게 굳건히 살아갈수 있게 할 수 있을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갑자기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 파열음이 났다. 누군가의 수술이 마무리 되었으니 수술실 앞으로 오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파열음 때문에 어떤 환자의 보호자를 찾는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자리에 앉아 있었다. 복도에서 애타게 누군가를 찾는 목소리가 들렸고 왠지 나를 찾는 것 같아 황급하게 수술실 앞으로 갔다. 간호사 2명이 인큐베이터 옆에 서있었고 나에게 불렀는데 왜 오지 않았냐고 타박했다. 나는 간호사 옆에 있는 플라스틱 박스 속 단백질 덩어리가 누구인지 직감할 수 있었다. 나의 아이었다. 단백질 덩어리라고 표현한 바와 같이 정말 뭐랄까 미학적으로 아름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빨간 피부, 눈은 감겨있고 태지 때문에 온 몸은 먼지 묻은 것처럼 하얀 가루가 묻어 있었다. 왜 그런지 전혀 이유를 알수 없었다. 그냥 눈물이 흘렀다. 방금 전까지 듣고 있었던 부정적인 뉴스, 그리고 우리가 이미지상 보았던 하이퍼리얼리티 속 아이의 모습이 아니라 다소 아름답지 않은 모습의 아기였지만 그냥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그 플라스틱 박스앞에서 어쩔줄 몰라하고 산모와 아이의 건강에 대해 떨리는 목소리로 간호사에게 물었다. 간호사는 둘다 건강하다고 말해주고 나에게 다가와서 어떤식으로 사진을 찍으라고 가이드를 주었다. 나는 경황없이 짧은 동영상 3개와 사진 몇장을 급하게 찍었다. 뭔지 내가 계속 아이를 보고 있으면 무균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 건강에 안좋을것 같아 바로 아이를 신생아실로 보냈다. 그리고 정신없이 표류하는 나의 마음과 정신을 부여잡고 다시 수술 보호자 대기실에 와서 의자에 앉았다. 

 

그냥 벅찼다. 왜 벅차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말그대로 그냥 벅찼다. 나의 아이라니. 내가 아빠가 되다니. 대기실에 다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눈물과 흐느낌을 참으려고 노력했다. 그때 감정은 정말 복합적이었다. 방금 전까지 삶과 사회에 대한 회의로 가득차있었는데 그것을 일소 하는 것이 무언가 날것의 존재라는 것이...참 무언가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기쁜건 당연하지만 이 소중한 존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해줄지 막막해졌다. 엄마가 뒤늦게 대기실에 왔고 인사도 하기전 나의 첫마디는 "엄마 아이 어떻게 키워야해? 잘 키울수 있을까?" 였다. 

 

  나의 딸이 태어난지 이제 10일차. 세상 힘든일을 겪어도 딸이 자는 모습을 보면 스르르 불렸고 밥먹는 모습을 보면 마냥 대견해보이고 트림하기 위해 아이를 어깨에 걸쳐놓고 아이에 빰에 나의 빰을 대고 있으면 전해지는 온기가 나의 마음마저 따뜻하게 만든다. 출생과정에서 덥쳐왔던 회의감과 불안함은 이제는 건강한 책임감과 아이가 나에게 주는 엄청난 행복으로 치환되었다. 사람들인 왜 이 좋은 경험을 마다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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